Topophilia

한국은행 분수광장 리뉴얼 아이디어 공모

Seoul, Korea

Design Period : Sept. 2016

Architect : Simplex Architecture + Haemee Han

 

우리 도시의 개발방식은 대체로 공동체가 공유하는 장소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Topophilia (場所)는 이러한 도시개발의 과정에서 대상지의 공공성과 장소성을 보존하며, 또한 장소의 기억을 되살리고, 재현한다.

장소의 역사는 우리의 실제 삶과 관련되기 보다는 그 당시의 역사적인 사건, 정치적 이념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장소의 기억은 우리의 일상 생활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장소는 개인들이 부여한 가치가 담겨져 있는 곳이며, 다양한 경험들이 축적된 곳이다.

시대별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에 권력을 쥐고 있는 계층들은 그 이전의 상징적인 장소의기억을 소거하기 위해 그 전 시대의 상징이 되는 경관을 공원이나 광장 등으로 변화시키곤 하였다. 이와 같이 조성된 공원, 혹은 광장은 그 당시의 권력 계층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성된다.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은 일제 강점기 일본의 조선에 대한 지배가 드러나는 장소였으며 3.1 독립만세를 부르던 시위대가 일제관헌과 격돌한 장소였다. 또한 해방후에는 문화와 상업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6월 민주항쟁의 대표 장소이기도 했다. 이 광장에는 이와 같은 장소의 역사와 기억이 집적되어 있다. 이 장소의 흔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우리의 기억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Topophilia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기억의 켜를 드러내며,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고 아우르는 장소가 될 것이다. 

대상지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밀집하는 남대문 시장과 명동 상권의 경계에 있는 주요 거점이다. 그러나 이곳은 주변 도로들로 둘러싸여 주변과 단절된 섬과 같은 지역으로 시민과 관광객들의 접근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현재 존재하는 노후된 분수대를 대체할수 있는 수공간을 도입하고 시민들이 보다 쉽게 접근하고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을 제안하고자 한다. Topophilia는 시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열려있다. 이 오픈된 광장은 사람들에게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며, 시민과 관광객, 지역상인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새로운 소통의 장이 된다. 광장의 지하는 섬처럼 단절되어 있는 이곳을 주변지역과 연결해주어 남대문에서 명동, 서울광장에 이르기까지 주요 연결 거점으로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광장하부를 통해 회현 지하쇼핑센터를 거쳐 명동과 을지로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광장의 중심에는 주변의 경관을 담아내는 반사수면 (reflecting pool)이 위치하고 있다. 이 수공간은 바쁘고 삭막한 도시의 풍경과 대비되는 정적이고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주변의 근대 건축물들을 그 안에 투영하여 보여준다. 광장의 서쪽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면, 물이 양쪽으로 흘러내리는 수공간을 관통하여 지하 전시공간으로 향하게 된다. 사람들은 주변의 혼잡한 교통에서부터 벗어나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된다. 지하 전시 공간에는  이 장소의 역사와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전시가 이루어지며, 이 전시를 통해 우리는 잊혀져가는 과거 기억을 되새기고, 이를 통해 역사적 상처를 치유한다. 전시공간의 위로 열려 있는 채광창은 전시공간에 자연광을 도입함과 동시에, 윗 광장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래 전시시설을 시각적으로 연결시켜 주는 장치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