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gujeong Medical Building | 압구 메디컬 빌딩
Seoul, Korea
Design Period : 2024-2025
Architect : Simplex Architecture
Design Principals : Chung Whan Park, Sanghun Song
Project Manager : Yonu Lee
압구정 메디컬 빌딩은 서울 강남의 고밀도 상업지 안에 위치한 10층 규모의 의료시설이다. 협소한 대지 조건 속에서 법적 용적률을 최대한 확보하고, 지상층에 기계식 주차를 수용해야 하는 현실적 조건은 건물의 수직적 형상과 프로그램 구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건물은 전체를 하나의 피부과 병원이 통합적으로 사용하는 임대형 의료빌딩으로 계획되었으며, 도시 속에서 명확한 존재감을 가지면서도 의료공간에 요구되는 프라이버시와 쾌적한 내부 환경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건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커튼월 외부에 덧씌워진 반투명 글라스 루버 파사드이다. 루버는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지만, 각도와 투명도가 미세하게 조정되어 보행자의 위치와 이동에 따라 입면의 표정이 달라진다. 정면에서 바라볼 때는 부드러운 반투명 막처럼 보이고, 사선 방향에서는 루버 사이로 내부의 움직임과 도시의 반사가 겹쳐지며 보다 깊이 있는 장면을 만든다. 이처럼 파사드는 고정된 표면이 아니라, 시간과 시점, 빛의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얇은 필터로 작동한다.
반투명 유리 루버는 외부에서는 내부가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시선을 조절하여 환자와 방문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내부에서는 강한 직사광을 부드럽게 여과해 정제된 자연광을 공간 안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피부과 병원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밝고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외부로부터의 시선과 도시의 소음을 적절히 완충하는 장치가 필요했다. 루버 파사드는 이러한 조건을 하나의 건축적 언어로 통합한다.
입면은 각 층을 따라 수평으로 설치된 얇은 핀과 띠장에 의해 분절된다. 이는 10층 규모의 수직적 매스를 지나치게 거대하게 보이지 않도록 조율하는 동시에, 반복되는 루버의 수직성과 균형을 이루는 수평적 질서를 형성한다. 낮에는 반투명 유리와 흰색 프레임이 도시의 빛을 받아 은은하게 변화하고, 밤에는 업라이트가 유리 루버를 비추며 건물 전체가 부드럽게 발광하는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다. 압구정의 화려한 상업적 맥락 속에서 이 건물은 과도한 장식 대신 빛, 투명도, 반복, 깊이를 통해 고유한 정체성을 획득한다.
주출입구는 흰색 프레임으로 강조되어 있으며, 2개 층 높이로 열려 있는 큰 개구부를 통해 방문객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좁은 대지와 높은 건물이라는 조건 속에서도 입구는 충분한 스케일과 명확한 방향성을 갖도록 계획되었다. 방문객은 1층 로비에 들어서면서 복층 높이의 개방된 공간을 마주하게 되며, 이 공간은 단순한 통과 공간이 아니라 대기와 휴식이 가능한 첫 번째 환대의 장소가 된다.
병원의 메인 로비는 8층에 배치된다. 방문객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상부로 이동한 뒤, 도시를 내려다보는 밝은 대기공간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반투명 글라스 루버는 외부 풍경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가공된 시각적 배경을 제공한다. 도시의 움직임은 흐릿하게 겹쳐지고, 자연광은 여과되어 내부에 차분한 분위기를 만든다. 8층 로비 아래의 층들에는 진료실, 시술실, 리프팅실 등 병원의 주요 기능 공간이 층별로 배치되어, 환자의 동선과 진료 과정이 명료하게 조직된다.
8층 로비 위의 9층과 10층은 VIP를 위한 프라이빗 라운지와 케어존으로 계획된다. 일반 진료 및 시술 공간과 구분된 상부 영역은 보다 높은 수준의 프라이버시와 안락함을 제공하며, 치료 이후의 회복과 휴식을 위한 조용한 공간으로 작동한다. 특히 10층은 옥상정원과 연계되어 실내 대기와 외부 휴식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방문객은 서측으로 열린 도시의 전망을 바라보며 머물 수 있고, 반투명한 외피와 옥상정원이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빛과 풍경 속에서 의료공간의 긴장감을 완화할 수 있다.
압구정 메디컬 빌딩은 협소한 대지, 높은 용적률, 기계식 주차, 의료시설의 프라이버시라는 현실적 조건을 하나의 외피 시스템과 수직적 프로그램 구성으로 풀어낸 프로젝트이다. 반투명 글라스 루버는 건물의 정체성을 만드는 시각적 장치이자, 빛과 시선, 도시와 내부를 조율하는 환경적 필터이다. 이 건물은 압구정이라는 상업적이고 밀도 높은 도시환경 속에서, 조용하지만 강한 존재감을 가진 의료 건축의 새로운 이미지를 제안한다.
